10-19-2025
반년이 넘도록 글 한 자 쓰지 않았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몸이 저릿저릿하던 시절의 흔적이 이 파일에 남아 있다.
스무대 후반,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었던 사람을 미워하던 감정을 모두 털어낸 뒤에는 그 미움을 비워낸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풍경화를 그렸다.
그 이후부터는 이별이 한결 가벼워졌고, 그래서 사랑할 수 있었다.
형편이 나아지기 전부터도 삶은 이미 편안했다.
이제는 죄책감이 원동력이 되지 않고, 신이 된 듯 무책임한 사랑을 나누지도 않는 삶 — 그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빠르다.
어쩌면 나는 이제서야 어른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변해가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할 때만, 비로소 내가 은밀히 바라던 확인을 받은 듯해 안정감이 든다.
그래서일까, 언젠가 내가 완전히 사라져
이들에게, 혹은 미래의 가정 속으로 흡수되어 버릴까 두려워진다.
대자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마음으로 풍경화를 그리고서야 —
그 두려움이 이렇게 역설적일 수 있다니, 참 묘한 일이다.